퓨처스케이프 세트: 만약의 세계

2025 상반기 Student-up

Introduction

21세기는 더 이상 예측의 시대가 아니다. 변화는 단선적이지 않고 충돌하며, 때로는 인간의 감각과 속도를 앞지른다. 팬데믹, 전쟁, 기후 위기, 정보의 과잉—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 채 불안 속에 남겨져 있다.

《퓨처스케이프 세트: 만약의 세계》는 이 어긋남의 틈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과거의 연장선 위에서 미래를 도식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감각과 조건에 집중하여 다수의 잠재적인 미래-전경을 구성하고 전개해보는 시도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하게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정보가 많아질수록 어떤 선택은 미리 배제되고 상상의 여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넘쳐나는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에 《퓨처스케이프 세트》는 과학적 데이터와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예술의 언어로 되묻고, 감각의 층위에서 다시 사유해 본다.

과거 에너지를 생산하던 산업 공간에서 오늘날 창작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소로 탈바꿈한 파워플랜트는 이번 전시에서 ‘세트’로 작동한다. 이 세트는 현실로부터 분리된 허구의 무대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구조 위에서 가능한 장면들을 조정하고 조율해보는 실험의 공간이다. 작품들은 그 안에서 각기 다른 미래 시나리오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만약’은 이번 전시의 핵심 동력이다. 알고리즘이 주어진 범위 안에서 연산을 반복한다면, 인간의 ‘만약’은 경계를 넘나들며 질문을 확장하는 힘을 가진다. 《퓨처스케이프 세트》는 이 가능성을 복원하고, 관객이 감각과 사유를 통해 열려 있는 미래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기획 - 최보경
제작 - 신정균, 연준성, 이성현, 이재진
디자인 - 폼레스 트윈즈
자문 - 심효원

Programs

2025.5.15.(목) - 2025.5.19.(월) 12:00-20:00
[전시] 신정균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호이스트>, <발끝으로 걷는 사람>, <Ambush Position>, <Set Usage Guidelines>
[전시] 연준성 <내가 지금 뭘 마시고 있지?>
[전시] 이재진 <Text Temple>
[전시] 이성현 <창작의 나무>

<퓨처이스케이프 세트: 만약의 세계 행사 오디오가이드 캡션 맵>

Artist

프로젝트 IFProject IF

작가, 디자이너, 작곡가, 기획자로 구성된 프로젝트 IF는 주어진 경계를 허물고, 한 발짝 더 나아간 시각으로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고 경험을 공유해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프로젝트 IF는 변화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예술의 역할과 전시의 형태를 실험하고, 예술가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Photos & Sketch

Critic

내가 그린 미래 그림은
김괜저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전시 〈퓨쳐스케이프: 만약의 세계〉를 찾아 방문한 파워플랜트는 교내 전력 시설에서 문화 공간으로 용도가 전환된 뒤에도 큰 외관의 변화 없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여전히 정확한 역할은 모르지만 그저 있는가 보다 하며 지나칠 만한 낡은 학교 시설물 중 하나로 여길 만한 모습이었다. 닷새 동안만 진행된 전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관악산입구역에서 공용 전기자전거를 빌려 서둘러 찾아왔다. 화물 운반을 위해 크게 뚫린 건물 서쪽의 대문이 아니라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동쪽이 입구인 점은 의외였다. 입구 근처 지상에 세워 둔 입간판이 하필 바람에 쓰러져 있어서, 나는 마치 우연히 일치로 다다르게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계단을 따라 전시장으로 내려섰다.


늦봄 오후의 햇볕이 내리쬐어서 계단을 내려가 마주한 입구도 몹시 환했다. 등나무 덩굴이 무성하게 뒤덮여 있어서 마치 버려진 군사시설 아니면 어느 장르물 속에 나오는 안전가옥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장소를 통과하면 전혀 다른 세계나 시간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은 익숙하다. 전시 제목으로부터 ‘미래’라는 키워드 하나를 단서로 움켜쥔 채 실내로 들어서며, 나는 이곳을 시간 여행자를 위한 터미널로 생각하면 어떨까 했다. 저 안에는 필경 여러 가지 미래가 은색 쟁반에 놓여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중 하나를 골라 저 너머의 빛나는 출구로 빠져나가면 선택한 미래에 도착하게 될 듯한 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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