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장례식 카페

2025 상반기 Student-up

Introduction

💔 Introduction 💔

💌갑철이에게…
갑철아, 난 있지, 네가 정말 내 인생의 마지막 아이돌일거라 생각했어. 데뷔때부터 널 죽도록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그런데…
담배, 무헬멧 오토바이, N다리 연애, 탈모, 수염 자국, 빠혐, 팬들에게 욕설, 학창시절 음주, 팬싸에서 아진짜요, 버블 월 1회 출석, 라이브에서의 너의 대가리 꽃밭 같은 무식한 발언들…
아이돌이 이 중 하나라도 하면 탈퇴감인데…ㅋㅋ 너는 다했네? 드래곤볼 축하한다고 해야하나?
갑철아… 이게 아이돌로서 할 짓이냐?
우리 ‘유어 이어’는 정말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가 알던 아이돌 장갑철은 죽었어.
넌 죄가 많아서 승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갑철아. 아이돌로서 죽은 거 축하해 ^^

#갑철_OUT
#갑철이_장례식카페
#갑철이는_무대말고_저승으로

-마이 해피 이어 공식 팬클럽 ’유어 이어’ 1기 일동-



탄생과 죽음이라는 지난한 여정에 나서게 된 우리는 두 가지 의례로 삶을 기념한다. 탄생을 기념하는 생일잔치와 죽음을 기념하는 장례식은 절차만 다를 뿐 똑같이 대상의 삶 그 자체를 기념한다. 원치 않았음에도 나서게 된 여정의 시작과 끝을 성대하게 기념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존엄을 약속한다. 네가 태어난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고, 그 끝에 필연이 찾아와도 살아있는 자들은 너를 유의미한 존재로 기억할 것이라는 약속. 어쩌면 이 두 의례는 공동체의 안전핀으로서 수많은 폭발을 막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의례는 주로 지인들과 함께 치러지지만, 전혀 모르는 이들에 의해 치러지기도 한다. 아이돌 팬들이 개최하는 생일 카페(이하 생카)와 근조 화환 시위가 그렇다. 물론 생카가 대상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생일잔치의 근본적인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카는 그리 특별한 생일잔치는 아니다. 그러나 근조 화환 시위는 다르다. 2024년 10월, 어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사생활 논란으로 인한 활동 중지로부터 복귀를 발표하자, 팬들은 기획사 사옥 앞에 1,000개가 넘는 근조 화환을 세웠다. 그날 세워진 화환은 소속사뿐만 아닌 해당 멤버에게도 사망을 선고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OO(멤버 이름) 아웃.” 이 상징적 장례식은 대상의 삶을 기념하지도, 기억을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공동체로부터의 추방을, 기억 속에서 망각될 것을 선고한다.

이러한 동시대 팬덤 문화 아래에서 아이돌은 팬에게 삶과 죽음을 맡기게 된다. 팬과의 신뢰를 지킨 아이돌은 죽음을 유보받고 삶을 축하받는다. 신뢰를 깨뜨린 아이돌은 삶을 잃고 죽음을 선고받는다. 본디 개인 간 신뢰는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의 인격적 특성과 평소 행실을 알고 있을 때 탄생을 담보받는다. 그러나 아이돌과 팬 관계에서는 이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팬이 누구인지, 믿을만한 사람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돌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는 다음과 같은 주인 모를 주문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는 오늘부터 너를 믿어. 너에게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어. 날 실망시킨다면 너는 죽게 돼. 근데 너는 내가 누군지 평생 모를 거야.”

여기 그 주문을 받아들인 갑철이가 있다. 이름 장갑철, 2001년 6월 20일 생, 나이 25살, 그룹 ‘마이 해피 이어(my happy year)’의 멤버이자 팬덤 ‘유어 이어(your ear)’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이돌. 그러나 갑철이는 주문을 너무 섣불리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담배, 무헬멧 오토바이, N다리 연애, 탈모, 수염자국, 빠혐, 무식한 발언들… 주문이 조건으로 부여하는 금기들을 수없이 위반한 갑철이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됐다. 나를 모르더라도 돈과 시간을 들여 탄생을 축하해주고 싶었던,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팬들의 사랑은 이제 죽음의 화신이 되어 그에게 죽음을 선고하러 왔다.

아이돌이 되겠다는 갑철이의 맹세는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에 대한 맹세였을까? 갑철이 본인에게는 두루뭉술한 덩어리로 인식되었을 ‘팬’은 왜 그의 사회적 생사를 결정짓는 역할을 맡게 된 걸까? <케이팝 장례식 카페>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 산업인 K-pop의 팬덤 문화에 내재한 극단적인 애증의 양태를, 각 감정을 상징하는 두 의례를 합친 형식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이는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던 K-pop의 반짝거리는 아름다움과 그 세계 속 진실을 묵인해 온 모두의 욕망이 함께 묻힌 무덤을 구태여 소환하고 파헤치려는 시도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파헤쳐야만 무덤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낼 수 있다. 우리가 아이돌을 우러러보며 품는 욕망에서 피어난 애증이 그들의 상징적 죽음만이 아닌 실제 죽음까지 촉발하는 지금, 이제는 그 구조를 차근차근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복잡한 무덤 저 깊은 곳에 묻힌 무덤의 주인은 오랜 시간 동안 숨죽인 채 자신을 발견해 줄 이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동기획: 팀 리버스(re:verse) (i.g. @powerp.re.verse)
총괄/교육: 이다경
디자인/제작: 최수아
설치/운영: 오승현
글/교열: 이산형
홍보/비평: 김시연

Programs

[워크샵] <갑철재판: 갑철아, 너 진짜 XX했어?>
2025.6.22(일) 16:00-17:00

마이해피이어의 멤버 갑철이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참여자들이 직접 갑철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가리는 워크샵 (+포카 탑꾸까지!)

*워크샵 예약은 필수는 아니지만, 예약 폼을 작성해주신 분들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워크샵 특성상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크샵] <갑철재판: 갑철아, 너 진짜 XX했어?> 신청 안내 링크

Artist

Re:verse

Re:verse는 미술 비평, 미술 교육, 작품 제작을 연구하는 다섯 학생이 모여 구성한 팀입니다. 팀명 Re:verse는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회 현상을 전복적(reverse)으로 해석하여 다시(re) 새로운 장(verse)으로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미술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바탕으로 각자의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그 여정 속에서 서로가 만나게 된 길을 이어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렇게 마련된 시각장을 통해 낯익음을 낯섦으로 바꿔 내는 미술의 성질을 탐구하고, 그것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끈질기게 헤아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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