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2: SYNAPSE

아키히토 오쿠나카 x 백승렬

Introduction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기획전시 시리즈 [다이얼로그]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아티스트/스튜디오/기업이 만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모호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공유하는 가치와 질문을 발견하는 과정을 목표로 한다.

<다이얼로그 02: SYNAPSE>는 일본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설치 미술가 아키히토 오쿠나카(Akihito Okunaka)와 사운드 디자이너 백승렬의 협업으로 공기와 소리의 교차감각을 극대화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오쿠나카의 20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인플래터블(공기주입식 풍선) 작품과 그 안에 설치된 물베개는 작품 내부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바람과 공기, 물과 같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요소를 감각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실감음향시스템(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 백승렬의 음악 작업은 오쿠나카의 설치물과 만나 때로는 반응하고 때로는 대립하며 평면적 청각 경험이 아닌 새로운 촉지적 감각 경험을 선사한다.

두 작가의 다이얼로그: SYNAPSE
이번 전시를 위해 만난 두 작가의 대화dialogue는 ‘연결’에 대한 상반된 견해에서 출발한다. 오쿠나카는 모든 것이 이어져 있고 순환의 연결고리 안에 있다고 전제한다.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풍선, 버블의 형태도 이러한 견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어져 있는 모든 것은 끊을 수 없고, 끊어지더라도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모양이 변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가정한다. 특히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모든 것은 관계망 안에 얽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반면, 백승렬의 작업은 모든 것은 분절되어 있으며 이들이 진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부터 출발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사물과 인간, 나와 타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렇게 상반된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비롯하여 연결 자체에 대한 의미, 연결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고찰한다.

이렇게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두 작가의 ‘다이얼로그’는 ‘시냅스 SYNAPSE’로 표현된다. ‘시냅스’는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이 접합하는 부분을 지칭하는 말이다. 각각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고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데, 융합 혹은 합성의 의미보다는 서로 다른 독립체entity의 경계에 위치하며 이들을 연결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가 갖고 있는 존재와 관계, 연결에 대한 관점과 고찰을 내보인다.

아키히토 오쿠나카: 오감을 통한 관계의 역동성
INTER-WORLD/SPHERE: SYNAPSE
오쿠나카는 ‘오픈 아틀리에’ 시스템을 고안하여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면서 학생, 직장인, 노인과 청년, 자녀를 동반한 사람 등 국적이나 성별,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제작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포용력 있는 사회적 기능 실현을 목표로 ‘관계의 역동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구체화한다. ‘관계의 역동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시각적 정보나 언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람자가 오감을 통해 작품을 인지하는 과정 자체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만지고, 들어가고, 타고, 눕는 등 신체에 물리적으로 작용하는 감각과, 특수 필름에 의해 증폭된 빛과 소리를 온몸으로 받는 것, 바람의 힘과 사람의 접촉에 의한 힘이 파도처럼 공간에 퍼져 거대한 구조물이 크게 휘어지는 현상 등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신체 감각을 훨씬 뛰어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세계를 촉각적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오쿠나카는 공기, 물, 빛을 주재료로 사용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관계 그 자체에 형태와 구조, 기능을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풍선 모양의 작품은 거대하고 부드러운 고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면 공기의 존재를 확실히 느낄 수 있고 방대한 공기의 촉감과 양감을 경험할 수 있다. 내부의 물베개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파도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것은 마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관계 맺고 간섭하는 인간의 존재를 은유한다. 외부의 빛과 바람, 사람의 접촉에 의해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가변성과 다면성을 나타내며 인간 사회의 다양성을 긍정한다.


백승렬의 사운드 지도: 소리로 기록된 탐험과 방랑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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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분 길이의 음향 작품은 5개의 모듈형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지형적 위치를 확인하는 시각적 기호로써의 지도가 아닌 작가의 개인적 탐험과 방랑의 과정을 담은 사운드 지도이다. 각 모듈은 파워플랜트의 분리된 시공간에서 재생되며 매번 다른 시간과 환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만나 개연적이지 않은 촉지적 감각을 촉발한다.

작가 직접 채집, 녹음한 소리들, 악기와 디지털 소리로 구성된 백승렬의 사운드 지도는 아키히토 작업의 필름, 사람들의 신체와 공명하고 반사되고 흡수되며 시시각각 개연적이지 않은 만남을 기록하는 새로운 지도가 된다. 전시 기간 중 백승렬은 재생되는 5개의 사운드 지도에 더해, 현장에서 새로운 지도를 청자와 함께 작성해 나가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며 이 과정은 –AND-06-.으로 기록된다.

백승렬 작가는 보다 몰입도 높은 작품 감상을 위해 대형 풍선을 둘러싸는 서라운드와 돔 설치를 기반으로 실감음향시스템을 구성하였다. 우리가 현실에서 소리를 들을 때에는 두 귀가 아닌 온 몸으로 소리를 지각한다. 헤드폰이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구현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실감음향시스템은 물리적으로 다양한 레이어와 물량의 스피커를 사용하여 아날로그 세계에서 우리가 듣는 소리를 그대로 구현한다. 따라서 소리를 통해 기타 감각이 ‘진동’하는 효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실감음향시스템은 FLUX: SE의 SPAT Revolution이라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실감음향렌더러를 중심으로 하여 대형 풍선 주변으로 26개, 풍선 내부에 7개, 돔 구역에 18개의 스피커를 통해 실감음향을 재생한다. 곡을 구성하는 음원들의 특성과 스피커의 배치 형태, 청취 구역의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실감음향렌더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기존 방식인 스테레오 음향시스템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음원을 청취할 수 있으며 음향 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원의 왜곡을 최소화하여 투명한 음원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음향시스템지원]
지원: EHEHE, 사운드피플컴퍼니
실감음향디자인 및 음향 : 드림스케이프
실감음향자문 : 한양대 공연융합기술연구실

[아키히토 오쿠나카 작품 제작지원]
Sumika Sekisui Film, Teraoka Seisakusho, Hologram Supply, Kizugawa Yamashiro Cultural Center, Aoioa, Onewall, HRD Fine Art

[그 외 도움 주신 분들]
Aimo, akira_you, Oscow over the Moon, Yui Imai, Ashida Junna, Kawaguchi Yuichi, Hamoya Akiko, Funakoshi Suzuka, Noda Haruna, Yamada Satsuki, Wada Ayumi, Toro, Hirako, 서울대학교 학생 스탭(신준항, 황지현, 주시연, 강민서, 강수민, 김다정, 김아진, 김예영, 김지윤, 김진오, 박보미, 박재아, 박희선, 백채원, 소채원, 송민진, 오승린, 여민영, 우상범, 우시우, 우지선, 유지우, 이유경, 이지호, 정예찬, 최가은, 한정윤)

통역: 미즈구치 나츠미
촬영 및 영상제작: OMG Studio

Programs

[전시] 아키히토 오쿠나카, 백승렬 <Dialogue 02: SYNAPSE>

2024.5.7.(화) 17:00 <오프닝 리셉션>
2024.5.15.(수) 14:00 / 17:00 [퍼포먼스] 백승렬 <라이브 퍼포먼스>
2024.5.26.(일) 14:00 / 17:00 [퍼포먼스] 백승렬 <라이브 퍼포먼스>
2024.5.28.(화) 14:00 / 17:00 [퍼포먼스] 백승렬 <라이브 퍼포먼스>

Artist

아키히토 오쿠나카Akihito Okunaka

아키히토 오쿠나카는 공기, 물, 빛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소재로 한 체험형 작품을 통해 '관계의 다양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구체화 한다. 그의 작업은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필름 소재의 버블에 직접 들어가 작품을 만지고 공간을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감각을 극대화 하여 자연 요소를 경험하도록 한다. 특히 미시적/거시적 환경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구조가 궁극적으로 모든 환경 시스템의 순환 구조로 보고, 이를 시각화한 '버블 구조'에 천착한다.
아키히토 오쿠나카는 1981년 교토에서 태어나 시즈오카 대학에서 예술 교육을 전공했다. 2009년 경기도 고양 MMCA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모스크바 비엔날레, 시즈오카 비와코 비엔날레, 창원 아시아 아트 페스티벌, 태화강국제아트페스티벌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백승렬Seungryeol Paik

사운드 아티스트 백승렬은 인디락밴드 '나상현씨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운드 디자이너, 오디오 엔지니어,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오디오 연구실 (Music and Audio Research Group) 에 소속된 연구원이다. 
백승렬은 감각에 치중되어 있는 오늘날, 보이지 않는 것들, 그 중에서도 청각에 대한 연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 왔으며, 인공지능,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하여 기술을 통해 예술의 내/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다양한 개인 및 그룹 앨범을 통해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소리와 경험을 대중 음악에서 추구한 한편, 2021년 유실물보관소 사운드 디자인,  2023년 단체전 <탐험대 2023제 1회 발표회> 기획 및 사운드 디자인, 2022년부터 쇼 <세계 탐구>, 공연 시리즈 <김두루미> 를 기획, 주관하였다.

Photos & Sketch

Critic

시냅스(Synapse)의 예술적 탐구: 협업과 융합으로 만들어 내는 하나의 경험
최보경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두 번째 다이얼로그 전시는 설치 미술가 아키히토 오쿠나카와 사운드 디자이너 백승렬의 협업으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까지 온몸으로 자극하는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이번 전시는 시냅스(Synapse)라는 주제를 통해 두 작가의 철학적 탐구를 감각적 체험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인간의 존재와 연결의 본질을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냅스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적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런 간의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접합부인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적 신호는 화학적 신호로 변환되어 시냅스 틈을 넘나들며, 다시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적절한 반응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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