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푸하하하 × 쿠로다

Introduction

《다이얼로그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는 만화와 건축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전시는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와 만화 동인 쿠로다(黒田)의 협업으로 꾸려진다.

쿠로다(만화)는 숲을 주제로 소년과 소녀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그려내고, 푸하하하(건축)는 만화를 공간적으로 읽기 위한 특수한 구조물을 고안한다. 전시장에는 48개의 특수한 가설 벽체가 설치된다. 각 벽의 중앙부에는 만화 속 페이지가 놓인다. 관객은 유선형으로 이어진 벽체를 따라 걸으며 마치 벽화를 감상하듯 만화를 읽어 나간다. 여기서 벽체는 건축 자재이자 동시에 한 장의 페이지가 되어 전시장을 거대한 만화책으로 변모시킨다.

그리하여 이들의 협업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서사를 감각하는 새로운 방식’일 테다. 건축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스케일과 신체적 몰입감, 만화 특유의 상상적 서사가 결합하며 두 분야는 서로의 한계를 건너 새로운 이야기 읽기 경험을 제시한다.

*
다이얼로그𝘿𝙞𝙖𝙡𝙤𝙜𝙪𝙚란?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기획전 시리즈 <다이얼로그𝘿𝙞𝙖𝙡𝙤𝙜𝙪𝙚>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는 두 주체를 충돌시킨다.
두 주체는 대화를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모호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서로 공유하는 가치와 질문을 발견한다.

Programs

[전시] 푸하하하, 쿠로다 <Dialogue 0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아티스트 토크] 푸하하하, 쿠로다
2025.11.19.(수) 19:30-20:30
*아티스트 토크는 별도의 신청 없이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Artist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

푸하하하프렌즈는 한승재 윤한진 한양규 세명의 대표건축사와 여섯명의 친구들이 함께 건축하는 건축사사무소다.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건축을 하고 있다.

쿠로다Kuroda

쿠로다(黒田/검은 밭)는 2023년 결성된 만화 동인이다. 만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세 친구 림파/유나/유난이 만나 만화 이야기를 하고, 모임을 열고, 직접 만화책을 펴낸다. (https://www.kurodamanga.com/)

Photos & Sketch

Critic

무너지기로 한 숲은 꼭 전시장 같지 않은가
김미래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서자, 어둠처럼 칠해진 벽이 늘어선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둠은 분명 빛의 결핍일 텐데, 그것을 재현하는 데는 꽤 많은 잉크와 그걸 펴바르는 노동력이 요구된다. 아주 깨끗하지는 않은 만화 펄프지라도, 어둠을 채우는 데 드는 특별한 형태의 공정과 정성은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해지기 마련. 회색도가 높은 페이지에 머무르는 눈의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가벽 패널 중간중간에는 조명을 받은 만화의 페이지가 한 장씩 배치되어 있었다. 마흔여덟 개의 패널(패널은 만화에서 칸이란 뜻이다.)은 중편만화를 담기 모자람 없었다.


페이지에는 페이지 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다. 벽을 따라 만화를 읽어가면서도 제대로 된 순서대로 읽고 있는지, 빠진 페이지가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뒤따랐다. 만화를 읽는 독자는 늘 걱정하는 것이다. 글을 읽느라 놓친 그림이 있지는 않을까, 그림을 따라가느라 놓친 글자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 가뜩이나 이번 경우에는 한 손에 쥐이는 사이즈가 아니고 내 몸보다 훨씬 큰 책이다. 거기 둘러싸인 채 간파하기는커녕 간파당하고 말 것 같다. 물론 내가 어떤 걸 놓치고 어떤 걸 취하는지에 따라 이해의 양상은 판이해질 테고, 그것을 건축가(들)와 만화가(들)는 노렸는지도 모른다. 웃고 있는 그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계속 만화의 벽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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